나의 늦깎이 은퇴 준비 여정 중 한 장면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회사 키친에 커피를 내리러 갔다가 우연히 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그가 곧 은퇴할 계획이라는 말을 꺼냈다.
“언제쯤 은퇴하려고?”
내가 물었더니 대답은 의외로 빨랐다.
“62살쯤.”
잠시 놀랐다. 그 친구는 내가 미국으로 이주해 이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봐온 동료였다. 나보다 두세 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늘 같은 공간에서 일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은퇴가 갑자기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 이제 이 친구도 은퇴하는구나.”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팀의 또 다른 동료와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친구 역시 몇 년 후 은퇴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엔 나보다 어린 친구였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일을 시작했고, 사실상 직장생활 대부분을 한 회사에서 보낸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이가 나보다 많든 적든, 둘 다 60대 초반을 은퇴 시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 은퇴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하다면 일찍 은퇴하고 싶어 한다. 경제적 자유가 충분히 보장된다면 굳이 직장에 더 오래 다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60대 초반에 직장을 떠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 분명 매력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나에게는 조금 다른 문제였다.
나는 미국에 비교적 늦게 이민을 왔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이는 이미 40대 초반이었다. 그 이전에는 한국과 독일에서 일했고, 미국에서 은퇴 준비를 시작했을 때는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출발선이 한참 뒤에 있었다.
게다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오랫동안 금융에 대해서는 거의 문맹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돈을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은퇴자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Social Security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니 60대 초반에 은퇴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단순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조금 더 오래 일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은퇴자금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런데 Social Security를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그러던 중 Social Security를 조금씩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질문이었다.
“내가 Social Security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그런데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부터 받는 것이 좋을까?”
Social Security는 62세부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찍 받으면 월 수령액이 줄어들고, Full Retirement Age 이후로 늦추면 금액이 늘어난다. 1960년 이후 출생자의 Full Retirement Age는 67세이며, 70세까지 기다리면 67세 금액의 124%를 받게 된다. 70세 이후에는 더 이상 늘지 않는다.
내 Social Security 예상 금액은 다음과 같았다.

숫자만 보면 아주 간단해 보인다. 62세에 받으면 월 $1,970, 67세까지 기다리면 월 $3,258, 70세까지 기다리면 월 $4,213. 그런데 이 숫자들을 서로 비교하기 시작하니 문제가 조금 복잡해졌다.
일찍 받으면 몇 년 동안 더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늦게 받으면 나중에 훨씬 많은 금액을 매달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나에게 더 유리한 걸까?
손익분기점이라는 생각
여기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이었다.
62세부터 받는다고 생각해 보자. 월 $1,970을 5년(60개월) 받으면 $1,970 × 60 = $118,200이다. 반면 67세까지 기다리면 그 5년 동안은 한 푼도 받지 않는 대신, 67세부터 매달 $3,258을 받는다.
62세와 67세의 월 수령액 차이는 $3,258 – $1,970 = $1,288. 62세부터 먼저 받은 $118,200을 이 차액으로 나누면 $118,200 ÷ $1,288 ≈ 92개월, 약 7년 8개월이다. 즉, 62세부터 받기 시작한 사람이 앞서 받은 금액을, 67세부터 받기 시작한 사람이 따라잡는 시점은 대략 75세 전후다.
이번엔 67세와 70세를 비교해 보았다. 67세부터 70세까지 3년(36개월) 동안 받지 않은 금액은 $3,258 × 36 = $117,288. 70세부터는 67세보다 매달 $4,213 – $3,258 = $955 더 받는다. $117,288 ÷ $955 ≈ 123개월, 약 10년 3개월. 단순 계산으로는 80세 전후가 손익분기점이다.
물론 이건 아주 단순화한 계산이다. 세금도, 투자수익도 고려하지 않았다. 물가상승과 COLA, Medicare 비용, 배우자의 Social Security, 사망 후 Survivor Benefit 같은 것도 전부 빠져 있다. 그러니 이것을 실제 은퇴 결정의 정답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Social Security를 언제 받느냐는 단순히 “몇 살에 은퇴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의 문제였다.
손익분기점: 62세 vs 67세 vs 70세
누적 수령액이 언제 서로를 앞지르는지 비교 (월 $1,970 / $3,258 / $4,213 기준)
그래서 건강이 중요해진다
여기서부터는 숫자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내가 62세에 은퇴한다면 5년 일찍 자유를 얻고, Social Security도 곧바로 받기 시작할 수 있다. 반면 67세까지 일한다면 5년을 더 일해야 하지만, 그만큼 Social Security는 훨씬 많아진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일까?
나는 이 질문에 숫자만으로는 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건강이 있기 때문이다.
62세에 건강한 사람에게는 앞으로 20년, 3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70세가 되었을 때도 지금과 같은 건강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대로 62세에 건강 문제가 생긴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은퇴 시점을 생각할 때 나는 점점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보다, **”내가 그 돈을 언제까지, 어떤 건강 상태로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예상 수명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
결국 Social Security의 수령 시기를 결정하는 데에는 하나의 불편한 변수가 따라온다. 내가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 이것은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내가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떠난다면 62세부터 일찍 받는 것이 누적 수령액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반대로 80대, 90대까지 건강하게 살아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달 $1,970을 받는 것과 $4,213을 받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 후에는 근로소득이라는 큰 수입원이 사라진다. 그때 매달 들어오는 Social Security가 $1,970인지 $4,213인지는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다. 평생 이어지는 현금흐름의 차이다. 그래서 Social Security는 일종의 보험처럼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살수록 그 차이가 계속 누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70세까지 일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다. 나는 “70세까지 일하는 것이 좋다”라거나 “62세에 받는 것이 좋다”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각자의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은퇴자금이 충분한 사람,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 계속 일을 하고 싶은 사람, 더 이상 일을 하기 어려운 사람, 배우자의 수입과 Social Security가 있는 사람, 다른 연금이나 투자소득이 있는 사람. 모두 상황이 다르다.
나 역시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에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62세, 67세, 70세라는 숫자가 이제는 나에게 꽤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나는 아직도 일하고 있다
회사 키친에서 커피를 마시며 동료의 은퇴 이야기를 들었던 그날을 생각해 본다. 그때는 그 친구가 부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 신기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은퇴할 수 있을까?”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은퇴를 막연한 미래의 일이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나는 늦게 시작했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도 늦었고, 은퇴 준비를 제대로 시작한 것도 늦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62세에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 아직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는 조금 알 것 같다.
62세에 은퇴할 것인가. 67세까지 일할 것인가. 아니면 70세까지 Social Security를 기다릴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을 생각할 때는 단순히 월 수령액만 볼 것이 아니라, 손익분기점, 건강, 그리고 예상 수명이라는 세 가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아마 나의 은퇴 결정은 이 세 가지 질문 사이에서 이루어질 것 같다.
“나는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는가?”
“나는 얼마나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언제부터 Social Security를 받는 것이 나에게 맞을까?”
아직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숫자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62세와 70세 사이 어디쯍에서 나는 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